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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있다개가 미술관에 들어온다는 것, 개–인간 하이브리드의 삶을 생각한다는 것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展 기획자 성용희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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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함께 사는 전국 500만 가족1)에게 묻는다. “당신, 개와 어디까지 가봤는가?”

이렇게 묻는 이유는 개와 인간이 함께 갈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동네 공원이나 놀이터만 해도 개 그림 위에 사선이 그어진 기호를 입구에 붙여둔 곳들이 생각보다 많고, 강아지를 분양하거나 개 사료, 옷 등을 파는 ‘펫숍’을 따로 마련해둔 대형마트에도 막상 반려견은 입장할 수 없다. 개와 여행을 가려면 ‘함께 가고 싶은 곳’을 택하는 게 아니라 ‘함께 갈 수 있는 곳’을 택해야 하고, 카페나 식당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인간과 가족을 이루어 사는 개를 ‘반려견’이라고 부르지만, 아직 사회는 개를 진정한 반려(伴侶2)), 국어사전 정의처럼 ‘짝이 되는 동무’로 대우하지 않는다. 인간이 드나드는 공간 중 반려견의 출입이 반려(反戾)되는 곳들은 너무도 많다.


그런 까닭에 지난 9월 4일부터 10월 2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렸던〈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展)은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화제였다. 소규모 민간 갤러리가 아닌 대한민국 대표 국립 미술관이 개들을 안으로 초대한 것이다. 심지어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우스개로 “미술관을 ‘개판’으로 만들었다”고 말하며 인간에게도 다소 높게 느껴졌던 미술관의 담장을 허물어뜨리고자 했다. 이렇게 판을 깔아두었으나, 안타깝게도 전시회는 코로나19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온라인으로 개막식을 치러야 했다. 다행히 추석 연휴를 앞두고 9월 25일부터 폐막일까지 한 달 동안은 예약제로 오프라인 관람이 허용됐다. 개와 산책하기 좋은 푸근한 10월의 어느 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이번 전시를 기획한 성용희 학예사를 만나 전시장을 돌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중간중간 마주치는 개-인간 관객들에게 관람 주의사항을 직접 안내하고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등 진정 이 ‘개판’에 녹아든 모습이었다.


지난 9월 4일부터 10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이란 이름으로 국립 미술관 최초로 개 출입이 가능한 전시회를 선보였다.



Q.  전시 제목이〈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미술관〉이다. ‘개를 위한’ 미술관이란 표현에서 여러 질문이 생겼다. 우선 ‘무엇이 개를 위한 것인가’, ‘인간 동물이 과연 개를 위한 게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가’ 등이다. 이번 전시에서 만들어보고자 했던 ‘개를 위한 미술관’은 어떤 형태였는지 궁금하다.


“개를 위한 미술관의 모습을 여러 단계로 나눠 생각해보자. 우선 첫 단추는 개가 미술관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 개가 입장할 수 있는 공공 영역을 넓히는 거다. 다음은 이렇게 미술관으로 들어온 개를 보면서 인간과 개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 개에 비추어 인간 존재를 되돌아보는 거다. 그리스 신화 속 스핑크스는 인간에게 인간 존재에 대해 사유하게 하는 질문을 던졌다. 이제는 스핑크스의 질문이 아니라 스핑크스란 존재에 대해 사유해보았으면 한다. 스핑크스, 혹은 개라는 존재에 대해 인간이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게 그 다음 순서이자, 개-인간이란 서로 다른 두 종이 연결된 하이브리드의 존재가 가능해지는 서문(序文)에 해당한다.

그리고 나선 개들이 표상하는 세계의 모습, 개들이 꿈꾸는 세상의 모습은 어떠한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때 개와 인간을 분리해서 생각하기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목줄로 연결돼 함께 활동하고 감각과 경험을 공유하는 ‘개-인간 하이브리드’로서 세상을 개의 관점으로 바라보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사유 과정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개에 비추어 인간을 되돌아보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이번 전시의 목적은 아니다. 오히려 이전까지 하지 않았던 질문을 던지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문을 여는 것이 이번 전시의 역할이라 보는 게 맞겠다. 

조금 더 이야기를 진전시켜보자면, ‘개를 위한 미술관’이란 표현에 의문을 품을 때 ‘왜 하필 미술관인가’라는 질문도 나올 수 있다. ‘개를 위한 미술관’을 동물원이나 반려견 훈련학교처럼 개, 동물을 위한 공간에서 열 수도 있었을 텐데 왜 하필 미술관이어야 하느냐는 거다. 이 질문은 다시 ‘개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되고, 더 나아가 ‘예술, 예술 감상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도달한다. 인간에게는 의미가 있는 예술 형태가 개에게는 의미가 없을 때, 반대로 개에게는 의미가 있는 예술이 인간에게는 의미가 없을 때, 이렇게 특정 집단에게만 의미가 있는 예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Q.  ‘개’라는, 친숙하면서도 낯선 존재를 위한 미술관을 구상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했다. 미술 전시를 위해 수의사, 법학자가 동원되었다는 것도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설재현·조광민 수의사, 김수진 법학자가 참여해 개의 지각·습성과 개·동물 관련 법률과 제도에 관해 자문했다. 또 개에게 적합한 전시장 환경을 구축하는 데 김경재 건축가와 유승종 조경가가 참여했다. 내가 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것을 잘 모른다’는 자세가 굉장히 중요하고 본다. 이번 전시도 우리는 개를 잘 모른다는 태도로, 잘 모르니까 같이 알아나가자는 태도로 임했다. 이번 전시에서 ‘개를 위한 미술관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려는 게 결코 아니다. 개를 위한 미술관은 어떤 곳이어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그 모습을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에 초점을 뒀다. 

개와 인간은 협동하며 살아가야 한다. 한편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다소 ‘어색한 협동’이 될 수밖에 없다. 어색하더라도 협동하고자 노력해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개와 인간은 꾸준히 관계를 맺어왔다. 개-인간의 관계가 일방적인지 쌍방적인지에 대해서도 학계에서는 논쟁을 한다. 인간이 개를 일방적으로 ‘길들였다’며, 개라는 종(種)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반면,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 등 개와 함께 살며 개를 탐구해온 이들은 인간-개의 관계가 결코 일방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개-인간 관계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공유하는 이야기 장(場)을 만들고, 이를 통해 개-인간 관계를 더욱더 풍요롭게 하는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개-인간 관계를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에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장 전경.


하나의 답 혹은 모델을 제시하기보다 질문 혹은 논의의 장(場)을 펼치고자 했던 이번 전시의 목적은 전시 개막에 앞서 출간된 도록에도 잘 드러나 있다. 300쪽 가까운 분량 중 전시 작품 소개는 절반이 좀 못 되는 140쪽가량이고, 나머지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동물관련법제에서 바라본 인간과 동물의 관계」(김수진), 「언어 상대성 관점에서 대한민국 반려견의 산책량 증진을 위한 제안」(조광민),  「귀여운 개들의 역사」(이영준) 등 ‘개-인간 관계’를 주제로 한 논문, 평론, 수필 등이다. 도록 맨 끝에는 ‘부록’으로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와 농촌진흥청이 실시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및 양육 현황 조사 보고서」를 축약해 실어두었다. 성용희 학예사는 도록을 여는 글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에서 이렇게 썼다. “... 가장 어려운 문제는 개를 ‘위한’ 미술관에서 개는 어떠한 존재이며, 미술관은 어떤 공간이고, 개를 ‘위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지만 정확한 답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 남성’ 기획자의 명확한 답이나 정확한 주제를 오만하게 제시하기보다, ‘자연문화’를 미술관 내에 공구성하고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다양한 계기를 제공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자 한다. 개들 덕분에 생태적, 이종적, 문화적, 유전적, 신화적 헤테로토피아가 될 미술관이 더불어 되기(becoming with)’를 일시적으로 시도하면서 말이다.3)



Q.  개 관객 반응은 어떤가.


“실내 전시장보다는 실외 공간을 훨씬 좋아한다. 특히 중정 형태의 ‘전시 마당’에 있는 볏짚 더미에서 가장 오래 머문다. 사실 도시에 사는 개들은 볏짚 냄새를 맡아볼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평소에 맡아본 적 없는 새로운 냄새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또 애초에 이 볏짚을 설치할 때 개들이 실내로 들어오기 전 여기서 ‘마킹(marking4))’을 하도록 해 실내에서 용변을 보는 횟수를 줄이려는 의도도 있었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다. 

이 밖에 개와 반려인이 함께할 수 있는 어질리티(agility5))에서 영감을 받은 설치물들도 두었는데 반응을 보이는 개도 있고, 반응하지 않는 개도 있다. 그림이나 사진, 영상 같은 작품에는 개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원래 개는 시각적 동물이 아니다. 작품을 보는 반려인을 물끄러미 보거나 옆에 가만히 앉아있는 개들이 많다. 

개와 함께 온 반려인 관객 반응도 다양하다. 작품을 열심히 보는 반려인도 있고, 전시장에서 개가 어떻게 행동하고 무엇에 반응하는지에 관심이 있는 반려인도 있다. 사실 개와 함께 온 반려인은 전시장에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 편이다. 개에게나 반려인에게나 오래 있기에는 불편한 환경일 거다. 이렇게 개와 인간이 함께 경험하며 서로 익숙해질 기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개와 인간이 모두 편하게 머물 수 있고, 둘이 협동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더 늘어나길 바란다.”



Q.  미술관이 정말 ‘모두’를 위한 장소가 될 수 있을까.


“〈모두를 위한 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술관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꾸준히 기획 중인 다원 예술 프로그램 제목이기도 하다. ‘모두’라는 단어는 미술관의 허들을 낮추고 더 많은 사람이 이곳에 들어올 수 있게 하려고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모두’라는 게 가능한 것인지 질문할 수밖에 없다. ‘모두’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도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자명한 것은 그동안 ‘모두’를 이야기하면서도 줄곧 ‘비(非)인간’ 존재는 배제해왔다는 점이다. 한편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일상에 스며든 오늘날 비인간 동물과 인간 동물은 분리될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앞서 말했듯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은 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개(비인간)-인간 관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세상에 내놓는 ‘웰컴 티(welcome tea)’ 같은 것이다. 이번 전시는 개를 환대하는, 환영하는 미술관을 만드는 실험으로 끝맺었다. 보다 심도 있고, 비판적이고,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전시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일종의 ‘소화불량’적 증상을 느낀다고 썼다. 미술관이라는 인간 중심 공간에 개라는 비인간 존재를 초대하기 위해선 결국 여러 규정이 적용되어야 했다. ‘개를 위한 미술관’을 만들면서도 결국 인간 언어로 된 각종 규칙을 개에게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소화불량을 겪으면서도 비인간-인간 관계, 비인간-인간의 협동하는 삶에 대해 계속 질문해야 한다. 소화제를 복용하며 괜찮은 척 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성용희 학예사(맨 왼쪽)가 볏짚이 놓인 ‘갤러리 마당’에서 미술관을 찾은 반려가족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1) 농림축산식품부의 ‘2019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있는 591만 가구 중 495만 가구가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2) 伴侶 : 짝 반(伴) + 짝 려(侶).
3) 성용희 외,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도록), 국립현대미술관문화재단, 2020, 11~12쪽.
4) 개가 새롭거나 흥미로운 냄새를 맡은 물건에 소변으로 흔적을 남기는 행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은 수컷이 가장 활발하게 ‘마킹’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개와 인간이 함께 즐기는 협동 스포츠를 가리킨다. 주로 장애물을 넘거나 정해진 경로를 완주하는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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