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잇다코로나19 시대, 문화예술교육을 되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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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됨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는 많은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더 이상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놓고, 뉴노멀(New normal)을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삶의 양식과 사회체계 논의가 한창이다.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현실은 이제 우리의 일상과 산업구조를 재구성하기에 이른다. 이전에는 낯설었던 재택근무, 기본소득, 공공의료, 전면적 복지, 생태, 화상회의, 원격 진료, 플랫폼 경제 등의 키워드들이 익숙해졌고, 사회 각 분야에서는 언택트(Untact) 상황을 전제로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 


많은 이가 이참에 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주어진 기술에 따른 사회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자본 중심의 개발 논리에 따른 도시 집중화와 과밀화는 인구 분산과 이동을 유도하고, 대면방식의 각종 산업 활동이 비대면으로 교체될 것이라 한다. 그래서 어느 건축학자는 언택트 소비 물류가 급증하면서 지하 터널로 자율주행 로봇들이 택배물품을 배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여행업계에서는 추후 버추얼(virtual) 여행이 주류가 되면서 대면 여행의 희소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사물 인터넷이나 AI의 연결(connect) 기능으로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접할 수 없는 사물과 서비스의 결합, 그 결합 과정에서 비롯되는 융복합 현상, 연결구조의 확장에 따른 인간 소통과 관계성 개념의 일대 변화를 점치기도 한다. 

그래서 혹자는 21세기가 2019년에 시작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제까지는 모두 20세기 패러다임의 연장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지난 20대 국회에서 ‘전국민 고용보험제’ 실행에 예술가를 포함하는 법이 통과된 것도, 기본소득 논의가 본격화하는 것도 패러다임 변화의 전조라 하겠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대응은?

한편 대면과 현존을 근간으로 하는 예술의 속성을 염두에 둔다면 문화예술 생태계는 치명적인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6월 29일자 뉴스에 따르면 ‘태양의 서커스’가 파산보호신청을 했다고 한다. 공연장과 박물관, 미술관 휴관이 길어지면서, 그나마 국공립시설은 버틸 수 있지만 민간단위의 시설과 예술단체들은 거의 고사 직전이다. 문화예술교육 역시 대부분의 사업이 보류되거나 연기되고, 학교가 문을 닫고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국공립문화예술기관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간편한 공모사업을 진행함으로써 일련의 대응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역시 예술가, 예술강사, 기획자·활동가 등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를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활용 가능한 창의적인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및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 받는 <어디서든 문화예술교육> 공모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여기서 200여 개의 아이디어를 선정했고, 그 가운데 10개는 실제 온라인 콘텐츠로 제작되었으며, 영상물은 진흥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웠던 점은 심사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들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이번 공모가 “문화예술교육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기회”였다고 하면서도, “수많은 제안서들이 기능 중심, 강의 중심, 일방적인 배움 중심 콘텐츠가 많았던”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나아가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을 질문하는 콘텐츠는 부족한 상태에서, “문화예술교육이 ‘배우기와 가르치기’가 아니라 ‘찾기와 읽기’의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동시에 “코로나 시대를 맞아 문화예술의 방향성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예술이 무엇인지, 예술교육이 무엇인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더 치열하게 고민”하자는 제안을 했다.


우리의 문화예술교육은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사회문화예술교육으로 나뉘어 있다. 학교문화예술교육은 교안 중심의 다소 경직된 형태로 진행되고, 사회문화예술교육은 사회 전체 구도에 대응하기보다는 문화 접근성을 위한 기능적 대응이 주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동안 문화예술교육이 성장과 진전을 해왔지만, 그럼에도 문화예술교육이 전체 사회구도에서, 그리고 지역공동체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보다는 공급자 중심의 사업으로 지속되어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어쩌면 문화예술교육사업이 시작된 이래 계속 제기되어온 것일 수 있다. 심사위원들의 의견 역시도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단지 코로나19로 인해 이전의 문제제기가 더욱 강력하게 공유된 것이라 하겠다.



사회적 예술(Social Arts)로서의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은 교육인가, 아니면 예술인가? ‘문화’와 ‘예술’이란 두 단어 조합으로 이루어진 이름으로 인해 이런 질문을 곧잘 던지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예술이란 이미 내재적으로 교육적 효과를 안고 있고, 교육에서 지향하는 변화라는 것도 예술로 인한 내적 성찰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감안하면 이 질문은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은 듯하다. 


예술의 가치를 다소 도식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본원적 혹은 본질적 혜택(Intrinsic benefits)과 도구적 혜택(Instrumental Benefits)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본원적 혜택은 예술의 내적 효과, 즉 자아 성찰이나 본질적인 만족감 등을 말하며, 도구적 혜택은 본원적 혜택으로 인한 스필오버(spillover) 효과와 같은 사회적 맥락의 혜택을 말한다. 이를테면 예술 체험을 함으로써 청소년의 학교 폭력 문제가 해소되었다거나, 타인과의 소통능력이 향상되었다거나, 지역공동체에 대한 결속감이 생겼다거나 하는 외적 혹은 사회적 영향 및 효과를 말한다. 따라서 예술을 통해 범죄율이 낮아지고, 공감능력을 확산하는 등의 사회적 효과는, 법과 제도와 같은 강요된 틀보다 훨씬 인간적인 것이다. 



예술 체험에서 비롯되는 혜택의 체계 (RAND report, 2004)


문화예술교육은 이처럼 예술의 사회적 영향과 효과를 중시하는 구도에 있다. 물론 문화예술교육이 ‘모든 이의 잠재된 창의력을 일깨우는 것’이라는 전제를 둔다면, 그 사회적 효과 역시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가령 노숙인에게 무용을 가르친다고 할 때, 예술이 목표로 하는 것은 그가 단번에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데 있지 않다. 그가 자신의 몸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내적으로 변화하고, 자기 존중감을 가지면서 걸음걸이가 달라지는 지점에 주목하는 것과 같다. 걸음걸이가 달라지면서 그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꿀 수 있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는 조력자, 매개자 또는 촉매자로서의 예술가일 수 있다. 


문화예술진흥법 상 예술로 정의된 장르 중심 예술, 혹은 ‘절대 창작’ 개념 혹은 순수예술(Fine Arts) 영역의 예술가 역시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성찰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만들게 된다. 다만 예술창작 개념을 기본적으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찾으려는 예술가들의 활동은 이와는 다르게 전개된다. 필자는 이러한 영역을 ‘소셜 아트’(Social Arts)로 범주화하고자 하는데, 그 활동의 목표를 예술이 갖는 내면적 가치를 사회적 변화로 연결하려는 데 두는 것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은 바로 이 지점에 서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지만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온라인 문화예술교육의 전망

현재 문화예술교육이 처한 현실은 축소된 대면 활동과 확장된 비대면 활동으로 규정된다. 진흥원이 주관한 <어디서든 문화예술교육>에 선정된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유형을 살펴보면서 의외로 비대면 활동에 대한 접근이 어렵지 않아 보여 반가웠다. 필자는 심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선정된 40여 개의 아이디어를 살펴볼 수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상황,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조망함으로써 창의적 지점을 만들어가도록 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처럼 일상에 대한 새로운 관찰과 해석은 문화예술교육이 갖는 아주 보편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술 각 분야에서는 준비된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하거나 신속하게 제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격리상황에서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 역시 현격히 높아졌다. 이전에는 현장에, 그것도 정해된 시간에 가야만 볼 수 있었던 유명 연주자의 연주를 전 세계인이 라이브 영상으로 보면서 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성이 높아진 효과도 분명 있다. 미술관은 전혀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를 더하는 등 다양한 작품 감상 방법을 적용하는 흥미로운 사례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문화예술교육의 경우 온라인 콘텐츠가 보완재인가, 대체재인가를 놓고 논의가 있는 것 같다. 필자가 보기에 온라인 콘텐츠는 둘 다이기도 하고, 동시에 그 자체로 존재하는 독립재일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의 예술과 교육현장은 대면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실행해왔다. 하지만 점차 디지털 환경이 일상화되고, 비대면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조건이 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가 충분히 경험해보지 않은 비대면 현실과 온라인 공간이 어떤지는 사실 잘 모르는 지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해 본 결과,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긍정적인 측면도 드러났다. 생각보다 집중이 잘 된다거나, 평소 소극적인 학생이 자신의 의사 표현을 잘 하게 되었다거나, 상호작용의 제한 속에서도 새로운 소통 방식을 수용하게 된 점 등이 그렇다. 또 이제까지 공급자 중심의 프로그램에서 간과됐던 학생들의 행동양식과 가치관, 교육 참여방식의 다각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못했던 점을 살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학생들이 얼마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있는지도 확인할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 예술의 창작과 배급, 유통은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프라인은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겠으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제한적인 형태로, 한편 온라인은 무제한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리라 예측된다. 문화예술교육 역시 온・오프라인 병행이 불가피한 상태인데, 그렇다면 차라리 이 두 개의 공간을 전면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본다. 이러닝(e-learning) 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서비스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고, 문화예술교육이 갖는 철학적 해석을 강화하면서 비대면에서 가능한 최적치를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일차적으로 학교 온라인 문화예술교육이 최적화된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방안이 연구될 필요가 있겠고, 가능하면 참여자 간의 상호작용이나 협업, 능동적 개입을 허용할 수 있는 기획과 제작에 대한 모색도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콘텐츠 제작을 위한 지원 방식과 유통을 위한 공공 플랫폼 등과 같은 장치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결합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온라인을 통한 원격교육뿐만 아니라 AI, AR·VR, 블록체인 등 ICT를 교육에 접목해 학습효과를 높이는 기술인 ‘에듀테크’(Edutech) 역시 우리 앞에 놓여있다. 따라서 ‘대면이냐 비대면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 두 개의 공간이 어떻게 결합하고 어떻게 서로 다르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온라인,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공간과 환경에서 어떤 변화가 발생할지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강원문화재단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주소
 강원도 춘천시 금강로 11 KT빌딩
전화
 | 033-240-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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