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잇다[틈새] 웹진 ‘잇다’ 15호 리뷰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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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웃의 암 확진 소식을 들었다. 평소 가까이 지내던 이웃이라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병원 생활을 하며 읽을 만한 책을 물어서 어떤 책을 추천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항암치료과정이 사람을 절망과 고독으로 내몬다고 들었던 터라 과연 그에게 어떤 책이 어울릴지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 


누군가의 투병기가 담긴 책이 그에게 좋은 정보를 줄까?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써내려간 책이 그에게 삶의 의지를 심어줄까? 밝고 유쾌한 책은 너무 가볍진 않을까? 평소 그가 시를 좋아했나? 만화책을 즐겨 봤나? 결국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지금 그에게 책이 필요한 걸까? 몸 가누기도 힘들다면 좁은 병실에서 여러 권의 책이 되레 짐이 되진 않을까?’ 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책의 효용에 대한 고민으로 한참을 보내고 있을 무렵 ‘잇다’에서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지난 15호 리뷰 원고 청탁을 받았다. 


15호에서는 ‘우리가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다루었다. 그렇지 않아도 전 세계 독서인구가 줄고 있고,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영상매체의 진보와 오디오북, 전자책의 편의성 등으로 종이책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요즘 종이책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5호에서 다루었던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는 흔히 서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경험과 감정이 궁금해진다. 일상의 경험뿐만 아니라 독서는 그 이상의 소소한 정보들, 혹은 깊은 이야기를 쉽게 꺼내놓도록 하는 힘이 있다. 주인공의 연애 이야기, 가족 이야기가 나의 그것과 비슷해 마음이 가고, 그 이야기를 여럿이 터놓게 되면 공감과 애정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의 깊이는 마음을 무겁게 하기도, 후련하게 하기도 한다.”(금·독·모, ‹우리는 책을 읽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이가 독서모임에서 책을 같이 읽고 그 경험을 함께 공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을 읽어야 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상대에 대한 공감인 것이다. 영상 매체와 기술의 진보, 과학의 발전 등으로 인류는 끊임없이 진화하지만 결국 인간은 책이라는 물성과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타인과의 감정과 생각을 교류하고 있다. 


“모든 것이 쓰러지고 무너져 내리는 물리적 상황 속에서도 도서관을 만들고 책이라는 지식의 보고들을 지켜 내는 것은 ‘우리들은 여전히 바로 세우고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저항의 표현이기도 했으며, 참혹한 현실로부터 도망치듯 책속으로 빠져들며 해방감을 느끼는 통로로 삼기도 했다. 그들에게 독서는 피난처와 같았다. 모든 문이 잠겼을 때, 세상을 향해 활짝 열린 책의 책장들.”(정다은, ‹책으로 지은 요새,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코로나19 시대, 비대면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일상의 리듬이 변하고 생활 패턴이 새롭게 구성되고 있다. 무엇보다 접촉과 모임 등이 어려워진 이 시기에 더더욱 사람들이 모이려고 하는 이유는 아마도 인간은 홀로 존재하기 어려운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시간 동안 책을 통해 잠시라도 탈출구를 찾고, 피난처로 도피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책을 읽는 행위가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는 것보다 특별히 더 가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책을 읽는 행위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있다. 도서관을 전전하고 서점을 드나드는 그 순간에만 오롯이 새겨질 수 있는 기억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고민 끝에 항암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가는 그에게 몇 권의 책을 보냈다. 항암투병기가 담긴 책, 평소 그의 취미를 소재로 한 에세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 등이다. 내가 그에게 보낸 몇 권의 책은 그가 힘든 시기를 보내는 동안 그의 곁에 있을 것이다. 그에게 벌어진 일을 남의 일로 치부하지 않는 것, 비록 만나지 못하더라도 서로를 생각하고 공감하는 것, 15호를 보며 책을 읽어야 하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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