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잇다지역 공간과 예술가 레지던시의 만남 ‘강원 작가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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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작가의 방’은 강원문화재단과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한국여성수련원이 공동 추진하는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강릉, 고성, 원주, 속초, 춘천, 태백, 평창 등 강원도 내 7개 지역의 공간 14곳이 레지던시 작가의 창작 공간으로 선정됐는데, ‘파도살롱’도 그 중 한 곳이다. 파도살롱은 강릉시 명주동에 있는 코워킹스페이스로, 프리랜서를 비롯해 학생, 리모트 워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파도살롱은 지난 6월 한 달 동안 ‘강원 작가의 방’ 레지던시에 참여한 차지량 작가와 안유정 작가를 맞이했다. 차지량 작가는 미디어와 사운드를 활용한 설치·퍼포먼스 작업을 해왔으며, 안유정 작가는 출판사 ‘왓어북’을 운영하며 저술과 편집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두 작가의 레지던시 기간이 막바지에 다다른 6월 25일, ‘강원 작가의 방’ 프로그램을 주제로 대담이 진행됐다. 대담에는 진행을 맡은 최지백 파도살롱 대표, 안유정 작가, 차지량 작가와 ‘강원 작가의 방’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성혜정 강원문화재단 창작지원팀 과장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최지백 대표, 안유정 작가, 성혜정 과장



최지백   두 작가님께서는 ‘강원 작가의 방’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차지량   코로나19 사태로 상반기 계획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됐어요. 올해 계획을 조정하던 차에 ‘강원 작가의 방’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알게 됐습니다. 강릉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인데, 서울과는 공기부터 다른 느낌이에요. ‘강릉’하면 바다가 제일 먼저 떠오르기 때문인지 바다가 보이는 숙소를 상상했는데(웃음), 숙소에서 바다가 보이진 않아도 자동차로 금방 바다에 갈 수 있어서 만족합니다. 강릉에 올 때는 한 곳에 머물며 그 안에서 이야기와 영상, 소리를 담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가고 싶은 곳들이 많아져서 이곳저곳 돌아다니게 되더군요. 앞으로 강릉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며칠밖에 남지 않았는데, 많이 아쉽습니다.  


안유정   대부분의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소설가나 시인처럼 순수문학 창작을 하는 작가 위주예요. 그런데 ‘강원 작가의 방’은 참가 대상 범위가 넓어 저처럼 에세이를 쓰거나 책을 편집하는 사람도 지원할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강원 작가의 방’에 지원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예요. 본 거주지인 서울에서 벗어나 방해받지 않는 환경에서 일에 집중하고 싶었고, 또 청년들이 모이면서 문화적 토양이 점점 풍요로워지고 있는 강원 로컬 씬이 궁금했습니다. 

3년 전 뉴욕에서 한 달 동안 체류하며 독립서점들을 취재하고 그 내용을 책으로 만들었어요. 강릉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강릉의 로컬 문화를 소개한 책들이 꽤 많이 나와 있더군요. 그래서 계획을 바꿔 제 이야기를 정리해보려고 해요. 직장 생활과 1인 출판사 창업까지, 지난 10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작지만 정돈된 저만의 세계를 꾸려왔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고요. 여기까지 오게 된 여정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이번 ‘강원 작가의 방’이 정말 이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판’을 깔아준 셈이에요(웃음).  


최지백   ‘강원 작가의 방’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참여로 강원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운영하는 다양한 공간들이 작업실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혜정   작가들이 강원도의 자연환경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길 바랐어요. 어떤 공간들을 활용할 수 있을까 구상하던 중에 강원의 로컬 크리에이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력을 모색하게 됐습니다. 현재 파도살롱 같은 코워킹스페이스부터 카페, 커뮤니티 호스텔 등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운영하는 개성 있는 공간에 작가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새로운 창작 공간을 발굴해나갈 예정입니다. ‘강원 작가의 방’이 작가를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강원도의 숨어 있는 독특한 공간들을 알리는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안유정   사실 파도살롱이 1순위 희망 공간은 아니었어요. 지원서에는 파도살롱을 2순위로 썼는데, 결과적으로 저에게 잘 맞는 공간이었습니다. 강릉 시내에 있어서 생활에 필요한 자원이 고루 있는데다, 파도살롱이란 공간 자체도 일하기에 최적화된 환경이에요. 또 혼자 일하다 보면 고립감을 느낄 때도 있는데, 파도살롱에는 인사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도움이 돼요. 커뮤니티에 소속돼 있다는 안정감도 들고요.


최지백   유정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파도살롱은 코워킹스페이스이면서도 로컬 커뮤니티 허브로서 기능하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도시락을 준비해 와서 다른 코워커들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는 ‘도시락팟’이 대표적입니다. 이밖에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빠르게 확산하는 리모트 워크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오늘은 해변으로 퇴근합니다’라는 캠페인도 진행 중입니다. 일주일 또는 한 달 동안 강릉에 머무는 리모트 워커들에게 파도살롱 이용권을 무료로 제공하고, 해변 피크닉이나 가벼운 트래킹 같은 커뮤니티 활동도 제안하고 있어요. 몇 주 전 해변 피크닉에 두 작가님을 초대했는데 두 분 모두 흔쾌히 응해주셔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런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작가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떠셨나요?


안유정   완전한 독립과 완전한 소속 사이의 중간 지점에 있는 ‘느슨한 연대’를 늘 필요로 했어요. 그런 면에서 파도살롱의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제게는 아주 잘 맞았습니다. 해변 피크닉 참 재미있었어요(웃음).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일 이외의 이야기를 다른 분들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차지량   제가 ‘강원 작가의 방’의 여러 창작 공간 중 파도살롱을 선택한 건 한창 ‘파도(Wave)’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지역의 새로운 문화 주체들로 이루어진 커뮤니티의 성격이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시너지를 내려면 다양한 주체들의 섬세한 연결이 필요한데, 파도살롱이 그런 연결을 가능케 하는 역할을 지향하는 것으로 읽혔습니다. 


성혜정   춘천에서는 창작 공간 세 곳이 자발적으로 레지던시 작가끼리 교류할 수 있도록 공동 워크숍을 열거나, 작가들이 세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이용할 수 있게 협력하고 있어요. 파도살롱도 이런 식으로 강릉의 다른 레지던시 참여 공간과 연계해서 작가들과 지역 커뮤니티가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난 6월 27-28일 이틀간 파도살롱에서 열린 차지량 작가의 오픈 스튜디오 ‹Wave› 현장.



최지백   차지량 작가님께서 잠깐 작업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레지던시 기간이 끝나는 이번 달 마지막 주말에 파도살롱의 독립 오피스 공간에서 오픈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열고 ‘파도(wave)’ 작업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파도살롱의 공간적 기능이 확장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차지량   제 작업을 사람들이 대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작업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안타깝게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예술가들 중 지역에서 무언가 획득하고 그것을 지역 커뮤니티와 공유하지 않은 채 떠나버리는 이들이 많아요. 달리 말하면 지역 자원을 착취하는 거죠. 예술가들이 지역에서 일방적으로 무엇을 획득하고 착취하는 게 아니라 지역과 내가 만들어낸 것들을 나누려는 마음으로 레지던시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금 아쉬운 점은 강릉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만나보지 못했다는 거예요. 강릉에 어떤 예술 씬이 형성돼 있는지 알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네요. 한 달이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게 제한돼 있어서 그렇겠죠.


성혜정   ‘강원 작가의 방’은 한 달에서 최장 두 달 기간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기간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해요. 기간이 짧아서 한 작업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어서 좋다는 분도 있고, 작품을 구상해서 마무리하기엔 너무 짧다는 의견도 있고요. 기간이 최대 두 달로 정해진 건 외부의 창작 공간들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만약 재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간이 생기면 장기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유정 작가는 “효율적인 업무 환경과 ‘느슨한 연대’에 대한 기대를 파도살롱이 모두 충족해줬다”고 했다.


최지백   코워킹스페이스인 파도살롱이 예술가에게도 좋은 작업 공간이 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두 분이 생각하시는 ‘좋은 레지던시 공간’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인가요?


차지량   가고 싶고, 계속 지내고 싶은, ‘살아 있는’ 공간이어야겠죠. 많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침체된 지역에 예술가들을 투입해서 활성화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어요. 특히 국공립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은 이런 방식에 아주 익숙해 있습니다. 하지만 침체된 곳이 그저 예술가가 투입됐다고 해서 살아나는 건 아닙니다. 무엇인가 살려내려면 예술가와 주변 다른 요소들이 시너지를 내야 하는데, 이미 죽어 있는 공간에서는 그런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강원 작가의 방’처럼 카페부터 코워킹스페이스까지,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간들을 레지던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시도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유정   ‘죽어있는 공간에서는 살아 있는 것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차지량 작가님의 말, 참 멋지네요. 공감합니다. 제가 파도살롱을 좋아하는 것도 이 공간을 함께 쓰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때문이에요. 공간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 또한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지백   파도살롱은 2019년 5월에 문을 열었어요. 그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작가나 예술가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인 듯합니다. 이번 ‘강원 작가의 방’을 계기로 파도살롱에 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좋겠어요. 오픈 스튜디오처럼 레지던시 작가들과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진행하면서 공간의 기능을 더 확장해나가고 싶습니다. 파도살롱 대표로서 파도살롱이 예술가 레지던시 공간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하겠습니다. 귀하 시간 내서 오늘 대담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원문화재단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주소
 강원도 춘천시 금강로 11 KT빌딩
전화
 | 033-240-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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